패션은 화려해야 한다고 ? NO
SBS '패션70's' 어두운 화면 인기
'다모'이재규PD 자신만의 미학 창조
SBS 월화드라마 '패션 70's'의 화면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유난히 어둡다. HD 방송이라기에는 너무 거칠고,때론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화면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제작진의 의도가 숨어 있다.
'패션 70's'에서 사용되는 카메라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에 사용된 것과 같은 소니 시네알타 F900이다. 본체 가격만 1억5천만원에 달하고 렌즈 가격은 무려 3억원. 영화 화면과 같이 초당 24프레임이 돌아가고 기존의 TV카메라와 달리 어두운 부분까지 상세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
국내에 10여대밖에 없는 카메라로 임대 사용 중이다. 연출을 맡은 이재규(사진 왼쪽) PD와 이영철(오른쪽) 카메라 감독은 매우 화사한 화면을 만들 수 있지만 70년대라는 시대 배경을 완벽하게 그려내기 위해 어둡고 무거운 화면을 일부러 택했다.
"그동안 한국 시청자들은 지나치게 밝은 화면을 봐 왔다. 조금은 어둡고 차분한 영상이 미니시리즈에는 더 적합하다"는 것이 이 PD의 설명. 그는 1~4부까지는 지상파 방송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렌즈를 사용했다. 단렌즈로는 화면 배치를 달리할 때마다 렌즈를 바꿔 끼우거나 화면세팅을 달리해야 한다. 줌렌즈에 비해 1.5~3배나 촬영시간이 늘어났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MBC '다모'에서 독창적인 영상미를 선보였던 이 PD는 이런 노력으로 인해 이번에도 자신만의 미학을 창조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밝은 화면에 익숙해 있던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사실. 이 PD는 "10~20%의 시청자만이라도 비슷비슷하게 돌아가는 드라마에서 색다른 감성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몰입을 방해하는 장치를 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주인공들이 모두 서울에 올라와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치는 11,12회부터는 극의 흐름이 빨라지는 만큼 화면도 조금 밝게 내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PD가 이처럼 과감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베테랑 이영철 촬영감독이 있기 때문. 이 감독은 '파리의 연인''때려''피아노' 등 SBS 최고의 히트작을 담당했던 실력파. 매 작품 테마를 정해서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 이영철 감독의 특징. '때려'에서는 권투장면을 실감나게 촬영하기 위해 슈퍼슬로카메라를 홍콩과 일본에서 빌려 왔다.
'피아노'에서는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위해 '이지릭'이라는 이동촬영장치를 임차해서 사용했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위해서 칼라 톤을 모두 재조정하는 노력을 들이기도 했다.
'패션 70's'는 철저한 준비와 과감한 투자로 '영화 같은 화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이 PD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영화가 드라마보다 우위에 있다는 의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가 그만큼 드라마를 공력을 들여서 만든다는 말이겠다. 최근 드라마 제작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열정을 쏟아붓는 몇몇 PD들이 있다. 이재규 PD는 바로 그런 소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김종우기자 kjongwoo@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5. 06.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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